"기록을 통해 경험을 찾고, 경험을 통해 나만의 쓸모를 만들어갑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지나가는 해를 추억하며 새로 시작하는 해에 대한 설렘을 가지게 됩니다. 그 기대감은 늘 약간의 버거운 계획들과 다짐들을 하게 하고요. 연말 모임을 하러 다니는 길에 고르고 고른 예쁜 다이어리를 사서 집으로 귀가하는 패턴으로 이어집니다. 어쩌면 연말연초마다 하는 다이어리 구매는 새해를 맞이하는 의식 같은 행동들일지도 모릅니다.
학생 때부터 매해 구매했던 다이어리에 공부계획이나 할 일들, 약속들을 빼곡히 적어놓으며 채워나가는 것들 만으로도 만족감을 느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손으로 끄적거리는 것을 나름 좋아했었던 저는 아날로그 감성으로 아직도 여러 계획이나 메모들을 적곤 합니다. 가끔 그날의 느낌이나 일기도 적기도 하고 책이나 영화에서 본 좋은 내용들도 적어놓은 저의 일대기는 해가 거듭될수록 짐이 됩니다. 특히나 이사라도 한번 가게 되면 아깝지만 버리게 되는 짐들 속으로 사라집니다.
지금은 에버노트라는 어플을 사용해 전자기록을 하고 있지만 어째 아날로그만 못하다 생각됩니다. 기록을 잘 하고 싶고 기록으로 나를 만들고 싶습니다.
기록의 시작
파도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는 작은 파도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매일매일의 부침이 큰 추세로 만들어가죠. 큰 파도를 만드는 것,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마케터의 일입니다." 매일매일 수고스러운 부침을 만들어 나가는 것. 그래야 큰 파도를 만들 수 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기록될 수 있다. 기록된 것을 직업이나 자신의 삶과 연결시킬 수도 있다. 이를 '실행'이라 부른다. 관찰과 실행, 그 사이를 이어주는 기록.
사람이 어떤 것에 가장 흥미를 느낄 때는 그것에 대해 완전히 알지 못할 때. 미스터리가 없으면 기억할 만한 삶도 없다. 그러니 바라건대, 반전 가득한 인생이기를. 누군가에게는 늘 낯선 사람이기를. 때로는 상상 속에 남아 있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실재하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경험만이 최상은 아닐 테니. 그곳을 상상하며 가보지 않은 세계를 동경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은 쉬운 과정이 아닐지 모른다. 나만의 것. 나만의 언어와 나만의 색깔을 찾는 것은 더 어렵겠지. 하지만 치열하게 고민한 만큼의 결과물을 내 언어로 바꿀 수는 있을 것이다. 설령 좋아하는 것을 명확히 찾지 못했다 해도, 찾고 모방하는 과정에서 서투르게나마 나만의 언어로 바꿔냈다면 이미 절반의 성공 아닐까. 오늘도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찾으며 살아간다.
기록의 수집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이 질문은 내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번역된다. 남의 언어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언어로 살아가기 위해 나는 쓴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지 않아서.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가, 어떤 문제의식을 지니고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글을 쓰는 과정은 나라는 사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인생은 크게 보면 다짐과 후회의 연속이다. 혼자 있을 때에는 생각을 깊게 할수록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외려 좋지 않은 쪽으로 끌려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떨어진다 싶으면 생각의 파장을 딱 멈추고 볼 일이다. 불필요한 감정에까지 파고들어 나 자신을 망치지 않아야겠다.'왜 내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지' 하는 생각은 말아야겠다.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자.
"행복은 일회용 같아서 뜯었을 때 바로 써야 해."
행복은 늘 일회용 같았다. 포장을 뜯자마자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사라져버리는 나의 행복들. 그래서 뜯었을 때 바로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충분히 그 행복을 느끼고 누려야 한다. 행복과 즐거움도 운동하듯이 매일 연습해야 한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기록의 진화
습관이 만들어지려면 기본적인 체력이 있어야 한다. 기록에도 체력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내가 정의하는 '기록 체력'은 신체의 형태와 기능을 기반으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기록력을 유지하는 힘이다. 변화에 반응하는 일종의 방어적 능력이다. 기록 체력을 기르는 법? 매일 하는 힘을 기른다는 점에서는 습관 들이기와 다를 바 없다. 매일 관찰하고 그에 대해 내 시각으로 적어보는 과정을 쉽게 하려면 내가 흥미를 느끼거나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사진을 찍든, 글을 쓰든, 영상을 만들든 조금은 덜 힘드니까. 그렇게 기록 체력이 길러지면 점차 '기록형 인간'이 된다. 스스로 기록하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이다.
특별하게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의 눈과 손을 거치면 별것 아닌 것도 특별해지듯, 뭉툭함을 다듬어 뾰족하게 만드는 것은 태도에서 시작된다 믿는다. 태도라 말하니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다른 말로 하면 '사소한 것을 위대하게 바라보는 힘'이다. 영감을 얻으려면 집요한 관찰이 필요한데, 집요한 관찰이란 결국 사소한 것을 위대하게 바라보는 힘 아닐까. 거리에서 들리는 음악이,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내게 '의미'가 될지 아닐지는 나의 태도에 달렸다. 얼핏 쓸데없어 보이는 것도 쓸모 있게 만드는 사람이 마케터인 것처럼. 세상에 하찮은 것은 하나도 없다. 하찮다고 바라보는 태도만 있을 뿐.
앞으로 우리가 사는 세계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으로 나뉘게 되지 않을까? 나는 생산자의 입장에 서고 싶다.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콘텐츠를 생산하고 싶은 이유는, 좀 더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새각이나 언어에 지배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고 다듬어간다면 '나다움'에도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나만의 언어를 가지려면 기록이라는 형태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것. 그런 맥락에서 '나답게 사는 삶'의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기록의 힘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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