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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문학

여행의 이유(김영하 산문집)

by 빛나는초이 2022.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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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알뜰신잡이라는 TV예능 프로가 있었습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줄임말이 프로그램명이었는데요. 이 프로에 작가 김영하씨가 출연을 했었습니다. 출연하신 분들 모두 박학다식 하셨으나 김영하 작가분 또한 매우 뛰어나셨습니다.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이분의 책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으며 마침 여행 책을 발간하셨다길래 구매를 했었습니다. 19년도인 3년전쯤에 출간된 책으로 여행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고 합니다. 여행을 왜 가는지 여행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여행의 이유

여행기란 본질적으로 무엇일까?

그것은 여행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마르코 폴로는 중국과무역을 해서 큰돈을 벌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여행을 떠났지만 이 세계가 사진이 생각해왔던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 세상에는 다양한 인간과 짐승, 문화와 제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와 그것을 '동방견문록'으로 남겼다. 여행담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 형식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늘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난다. 로널드 B. 토비아스는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에서 '추구의 플롯'을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플롯이라고 소개한다. 주인공이 뭔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들로, 탐색의 대상은 대체 주인공의 인생 전부를 걸 만한 것이어야 한다.

 

오직 현재

생각과 경험의 관계는 산책을 하는 개와 주인의 관계와 비슷하다. 생각을 따라 경험하기도 하고, 경험이 생각을 끌어내기도 한다. 현재의 경험이 미래의 생각으로 정리되고, 그 생각의 결과로 다시 움직이게 된다. 무슨 이유에서든지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은 현재 안에 머물게 된다. 보통의 인간들 역시 현재를 살아가지만 머릿속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후회와 불안으로 가득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지난밤에 하지 말았어야 할 말부터 떠오르고, 밤이 되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뒤척이게 된다. 후회할 일은 만들지를 말아야 하고, 불안한 미래는 피하는 게 상책이니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미적거리게 된다.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놓는다.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그 경험들 중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생각으로 바꿔 저장한다. 영감을 좇아 여행을 떠난 적은 없지만,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또다시 어딘가로 떠나라고, 다시 현재를, 오직 현재를 살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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