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소설에서 황영미 작가를 모르시는 분은 청소년 소설 자체를 가까이 안 하시는 분이겠습니다. 사실 저도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림책으로 시작해서 줄글 책으로 점점 넘어와 문고 단계의 책을 지나 청소년 소설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청소년 소설을 어른의 시각으로 본 소감은 어른이 읽어도 괜찮다 그리고 청소년 소설답게 정제된 표현 들고 순한 느낌들이 많아서 오히려 읽기 편하다는 겁니다. 자녀들이 어느 정도 읽기 단계가 된다면 부모님들이 먼저 읽어보시고 자녀들에게 권해 같이 소감을 공유하셔도 아이들의 내면세계나 정서 등을 이해하기에 또는 교류하기에 참 좋은 매개체일 것 같습니다.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중학생 사춘기 여자아이의 심리를 너무나 현실적으로 표현해낸 체리새우는 초등고학년 여학생들과 그 부모님들이 읽어보셔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 미묘한 심리들을 잘 풀어낸 책이다.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9회 대상 수장작인데 그 수상에 걸맞은 책이라 생각한다. 평범한 주인공 다현이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때 은따를 겪고 위축되었던 다현이가 친구들을 만나 다섯 손가락이라는 단톡방도 함께하며 그 속에서 잘 어울려가는 것 같지만 마음 둘 곳 없는 다현이의 심리들이 잘 나타난다.
이모티콘과 함께 문자를 보냈다. 답문은 없었다. 뭐, 괜찮다.
어차피 마지막 문자는 늘 내 몫이니까.
원래 그렇다. 누구 한 명이 '그 애 좀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씨앗을 뿌리면, 다른 친구들은 '이상하지, 완전 이상해.' 라며 싹을 틔운다. 그다음부터 나무는 알아서 자란다. '좀 이상한 그 애' 로 찍혔던 아이는 나중에 어마어마한 이미지의 괴물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 또래 청소년들의 마음이 잘 나타나있는 글이다. 누군가 선동하듯 아니면 또래 무리 중에 영향력이 있는 친구가 한마디 또는 행동하는 것으로 무리 지어 움직이게 되는 청소년들의 행동 패턴을 그 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정확하게 짚어내지 않았나 싶다. 휩쓸리는 아이들은 군중심리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들여다보는 것조차 힘들게 매일매일을 대세에 따르는 평균적인 아이들이 되지 있지는 않은지 보게 된다. 우리 아이들이 주도하는 소수의 친구들이라기보다는 저렇게 평균적인 무리 속의 친구들이 될 확률이 높을 텐데 과연 아이만 탓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현이는 가곡을 들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런데 이런 노래를 좋아하면 놀림받기 십상이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할 것도 아닌 아이가 가곡을 좋아하면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진지충!' 비슷한 뜻으로 '선비질한다'는 표현이 있다. 깨어 있는 척, 혼자 깨끗한 척, 고고한 척, 잘난 척할 때 '선비질하고 있네.' 이런다. 다현이는 진지충 소리도 많이 들었고, 요즘은 자제하는 편이지만 선비질도 많이 했다. 인정한다. 보통 아이들이 거의 하지 않는 블로그를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친구들 시선으로 보면 내 취향은 엄청나게 올드하다. 생각은 선비질로 가득하고. 바로 그래서 블로그 말고는 나를 털어놓을 데가 없다.
친구들 속에 있고 단톡도 하며 다섯손가락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관계를 묶어 놓지만 사실은 그 안에서 불안함을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관계라는 이름하에 아직 미숙한 청소년들은 이리저리 흔들리며 힘들어하기도 때론 힘을 얻기도 하다. 이 시기의 청소년기에 친구관계란 엄청난 파워가 있지 않은가.
깨어 있는 척이고, 깨끗한 척이고, 그 기준을 누가 정하는 거지?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일단 선비질, 진지충 딱지부터 붙이는 거 아닌가. 가곡 좀 좋아하면 안 되나? 케이팝 좋아하면 애국자고, 가곡 좋아하면 진지충인가?
친구들 사이에서도 겉도는 것 같은 다현이는 결국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간다. 큰 용기를 내었고 용기를 낸 만큼 또 본인을 알아주는 적어도 마음을 다해주는 새로운 친구들과의 관계도 맺을 수 있었다. 이 땅에 다현이들이 많을 것이다. 크게 눈에 띄지 않고 보기에 외모도 특출나지 않고 재능도 두드러지지 않은 평범한 중학생들... 친구관계에 진심이고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때론 나의 생각과 달라도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묻혀가는 이 땅의 많은 다현이들이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관계에 대해 다시금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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